수기

수기 [동유럽 여행학교]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었던 아름다운 여행

  • 공감만세
  • 2017-03-22
  • 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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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동유럽 청소년 인문학 여행학교

2017-07-03 ~ 2017-07-30

글_강원준/ 사진_공감만세

 

 

2017년 1월 12일 목요일

• 동유럽 • 비행기 • 프라하 • 드레스덴

지난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바쁘고도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픈 욕망이었을까. 나의 학창시절 마지막이자 공감만세와 함께하는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되었다. 프라하에 내려서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또다시 국경을 넘었다. 동독의 피렌체라고 불리는 드레스덴. 이곳이 진정한 우리의 첫 여행지이었다. 오늘은 맛보기로? 야경을 봤는데 구시가지의 야경은 정말 르네상스의 발상지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겨울밤이어서 그랬을까 한적한 동독의 피렌체는 뜨겁고 동적이었던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달리 차갑고 정적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던 오늘, 첫날이라서 할 수 있는 기대와 소망을 품고 하루를 정리해 본다.

 

 

 

2017년 1월 13일 금요일

• 베를린 •2차 세계대전 • 드레스덴 • 독일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어제 맛보기로 본 드레스덴을 둘러본 뒤 베를린으로 이동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었다. 해가 뜬 드레스덴의 구시가지는 한 마디로 부유했다. 드레스덴 성과 젬퍼 오페라하우스, 프라우엔 교회, 브륄의 테라스는, 물론 작센 공국이 독일로 통일된 이후 지어진 건물이 있지만, 과거 작센 공국의 부유함과 웅장함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마치 안동 김씨의 주거지인 하회마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군주의 행렬은 그들의 자부심과 위대함을 과시하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한적한 거리와 공사 중인 광장은 옛 독일의 패전으로 인한 몰락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후 베를린으로 이동하였다.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라는 곳을 갔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무너진 부분을 보수공사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전쟁에 대한 아픔과 평화를 되새긴다고 한다. 진정으로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똑같은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그곳을 기념한 독일인이 멋있었고 전쟁의 아픔이 절실히 느껴졌다.

 

 

2017년 1월 14일 토요일

• 베를린 • 홀로코스트 •몰(Mall)

베를린에서의 첫날, 오늘의 주제는 대한민국 중학교를 멀쩡히 졸업했다면, 심지어 재학 중이더라도 알 수 있는 20세기 독일의 역사적 죄와 그에 따른 분단,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유대인 기념관이었다. 중세부터 유대인들의 삶, 그들이 억압받았던 역사적 사실, 그리고 대학살을 표현했다.

 

그곳에서 말하는 유대인들은 이러했다. 그들은 똑똑했다. 그들은 부유하였으며, 강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작았다. 그들은 억압당했다. 그들은 차별받았으며 모욕당했다. 그리고 그들은 폭행당했다. 영문도 모르는 체 끌려가 짐승같이 일했으며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은 죽음마저도 욕되었다. 구제역 걸린 돼지 매몰하듯 콘크리트 지옥 속에서 독가스에 매몰되었으며 하얀 죽음의 비가 되어 내렸다. 그것이 그들의 고귀한 삶의 마지막이었다.

 

 

 
2017년 1월 15일 일요일
• Snow • Berlin • Night Train
독일에서의 마지막 날? 독일의 주요 건물들을 방문했다. 복일의 입법부를 방문하였는데 그것은 기품 있으면서도 의미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힘들지만 가장 신선한 경험이 될 비엔나행 야간열차를 탔다. 사실 난 야간열차를 타본 적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이탈리아에서 심지어 앉아서 가는 야간열차를 탔었는데 그때는 6인실에 혼자 있었기 때문에 이번 야간열차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이번에도 6인실이었는데 누워서 갈 수 있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매우 피곤하지만 그 나름 의미 있는 경험인 것 같다.
 
 
2017년 1월 17일 화요일
• Wien • Travel
여행은 학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배우고, 수많은 사고를 겪으며 배우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배우는 학교이다. 여행은 만남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공간을 만나고 새로운 요리를 만나는 여행은 만남이다. 그 동시에 여행은 이별이다. 정든 사람들을 떠나야 하고 예쁜 공간들을 스쳐 지나가야만 하는 이별이다. 재작년 서유럽 여행은 아에게 한 밤의 꿈이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밤 잠을 설치며 꾸는 꿈처럼 매 순간순간이 빠르게 흘러만 갔다.
 
그 꿈속에서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꿈을 깼을 때 그 적막함, 공허함, 쓸쓸함은 나에게 절망으로 다가왔다. 꿈속에서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웃음 뒤에는 적막함이 나의 밤을 가득 채웠고 아름다웠던 풍경 뒤에는 회색빛 감옥 만이 남아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다시는 그런 꿈을 꾸지 않겠다고. 그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역설적이게도 너무 좋아서 그것이 싫어졌다. 그렇게 밤을 새워가며 젖은 눈으로 다짐했지만 또다시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이번에도 꿈을 꾸게 되었다. 매우 행복하다. 이번에는 더 아름답고 행복하며, 즐겁고 기뻤다. 이 꿈이 끝나가는 것을 느끼며 시간을 원망해 본다. 신께 빌어본다. “시간을 멈춰 달라. 그래서 이 순간을 영원케 해 달라.”
 
 

 

2017년 1월 18일 수요일

• Wien • Waltz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날, 왈츠를 배웠다. 처음에는 쉬워 보였지만 부담스러운 몸짓과 빠른 템포들은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보자는 정신으로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흘러갔고 나중에는 한두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왈츠 체험을 마치고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잘츠부르크로 가기 전, 할슈타트라는 마을에 들렀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불리는 할슈타트를 가는 길은 장관이었다. 태양을 쫓는 사람들처럼 우린 다가갔고 그곳에는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풍경이 놓여있었다. 호수와 눈 덮인 산, 그리고 아름다운 작은 마을은 한 폭의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그런 들판을 보고 난 뒤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남은 여행 동안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으면 좋겠다.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 체코 • 프라하 • 프라하 성 • The Night of Travel

 프라하에서의 첫날이자 여행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프라하의 광화문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했다. 적당한 흐림과 중세 모습의 도시가 무언가 음침하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이후 프라하의 구시가지를 둘러보았다. 웅장하면서도 활기차고 음산한 풍경은 전형적인 동유럽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오랜만에 혼자 발 가는 대로 둘러보다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제일 놀랐던 것은 프라하 성에서 실제로 체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방문한 프라하성의 건물 중 한 곳에서는 실제로 체코의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청와대에 접근하기도 매우 어려운 판국에 체코는 그저 관광지처럼 개방하고 있다니 문화적 차이가 나름 강하게 느껴졌다. 이후 프라하 성의 야경을 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여행의 종지부를 향해 달려왔고 마지막 피날레로 프라하 성과 작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공정여행기
 
 재작년 서유럽 여행은 한여름 밤의 꿈같았다.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고 짧았다. 꿈을 깨고 나서 밀려오는 공허함은 나를 한동안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때 나는 다신 공감만세 여행을 오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여행이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이후, 성적 스트레스와 이해관계에 뒤얽힌 인간관계, 숨 쉴 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너무나도 지쳐버렸다. 꿈이라는 것을 꾸지 못할 정도로 잠도 못 자고 과제하랴 공부하랴 1년을 보낸 나는 꿈같은 시간이 절실해졌고, 다시 한 번 꿈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역시 꿈은 아름다웠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3개국을 10박 12일 동안 13명의 학생들과 2명의 선생님과 함께 여행했다. 독일의 20세기 전쟁과 학살의 역사와 이를 다루는 역사적 태도를 보며 일본의 일제 강점기에 대해, 그때 벌어진 끔찍했던 일들에 대해 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를 생각했다. 그러나 또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베트남 전쟁 때 우리 정부가 벌였던 학살과 인권유린에 대한 사죄는 어디로 갔는가 하는 의문을 품으면서 일본과 우리 모두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야간열차로 비엔나에 도착할 때쯤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는 말 그대로 아름다웠다. 독일풍이지만 그보다 화려한 오스트리아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함께 정말 즐거웠었다. 체코는 전형적인 동유럽 풍이었다. 음산한 거리와 오래된 건물은 옛 중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중세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체코에서 나의 아름다웠던 겨울잠이 끝났다.
 
 금방 도착해서 만나기 전까지 하나도 몰랐던 사람들과 정말 친해진 사실이 아직도 놀랍니다. 이제 다시 만나기 힘든 스쳐가는 인연이겠지... 10일이었기에, 더 친해질 수 있었던, 더 함께하고 싶었던, 그러지 못해 아쉬웠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꿈에서 깰 때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쉴 수 있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고 앞으로 힘들 때 추억하며 웃을 수 있는 그런 기억이 될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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