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태국 치앙마이 공정여행 ①] 지속 가능한 여행에의 고민이 시작되다

  • 공감만세
  • 201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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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영민/ 사진_공감만세

 

지속 가능한 여행에의 고민이 시작되다
[첫째 날, 둘째 날] 설레임 가득한 공정여행, 첫날부터 시작된 나의 실수

 

태국 최대 규모의 사원 ‘왓프라탑 도이수텝’에선 왜 대문 앞에서부터 신발을 벗는지 아십니까? 태국에 유기농산물만 파는 새벽 시장이 선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동남아 섹스 관광, 방콕의 화려한 쇼핑몰, 게이의 천국, 파타야의 해변으로만 기억되던 태국. 이번 여행은 언론 매체를 통해 형성된 태국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았다.

 

시민단체와 NGO에 대한 깊은 신뢰가 형성된 곳, 주민들에 헌신적이고 친근한 정책을 펼치는 지방 정부, 홍대 클럽 부럽지 않은 락카페가 있는 곳. 후자의 설명만 누군가에게 보여주었다면 누가 이곳을 태국이라고 생각할까?

늦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6일(일) 저녁, 20대 사회혁신기업 ‘공감만세’의 스텝 자격으로 태국으로 떠났다. 나름대로 영어 번역과 여행 보조의 임무를 띈 이번 여행의 고객은 대전 지역 NGO 단체의 회원들이다. 어설픈 영어와 현지 지식이 혹여 들통날까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치앙마이로 향했다.
 


전통과 여행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다

 

 

치앙마이는 방콕에 이어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구 6500만)다. 국제공항(이번 여행도 대한항공 직항으로 이동)도 있으며, 탑승한 비행기에서 승객의 과반수 가까이 한국인일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꽤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단지, 여행지로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는 점.

3월 7일(월) 아침, 6일 간 태국에서의 새 집이 되어줄 ‘치앙마이 YMCA 국제호텔’에서 우리는 여행 소개 시간을 가졌다.

 

여행의 주최 기업인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의 여행 일정에 대한 소개가 끝난 뒤 바로 ‘Maejo’대학의 Weerapon Thongma교수(관광 개발 전공)가 해준 얘기는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의 주말농장과 비교하며 들었는데,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마을에 여행을 가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배우며 태국의 전통을 배우고, 반대로 그 마을은 여행의 수익으로 자신들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한다.



사원 곳곳이 가득 찬 흥미로운 이야기

 

 

태국엔 국립공원이 별로 없다. 태국 국가 예산 규모가 국립공원을 지정하여 관리할 정도가 안되기 때문이다. ‘도이수텝’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얼마 되지 않는 산 중 하나다. 국민들이 평생 한 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신성한 성지순례지이기도 하다.

그 산 중턱에 ‘왓프라탑 도이수텝’은 치앙마이 최대 규모의 절이다. 그 웅장함과 규모도 놀랍지만, 다른 절들과 이곳이 다른 것은 사원의 입구에서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현지 스텝인 요(29 Premak Suriwongyai)는 이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를 해줬다. 이곳에는 닭을 신성시 하여 사원에 닭의 사진도 붙여놓았는데, 그 이유가 예전에 닭이 사원의 화재를 날갯짓으로 진압했기 때문이다. 또, 닭이 두 번 울면 비가 오고, 세 번 울면 절에 기부자가 온다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사원의 내부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닐 경우 실수로 닭을 밟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신발을 벗게 한다는 것이다.

절의 내부엔 닭도 없었고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으나 신성한 공간에 대한 예우인 줄만 알았던 신발 벗기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알게 되었다.

 

‘왓’프라탑 도이수탑‘의 설립 배경도 드라마틱 하다. 한 고승이 코끼리와 이 산을 타고 넘다가 코끼리가 이 절터에 주저앉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고승은 이곳이 신성한 땅임을 알아채고 사원을 지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가파른 산 위에 더욱이 당시엔 길도 나있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가기는 어려웠다. 그러자 그 승려는 코끼리로 사람들을 매일매일 사원으로 나르는 일을 하였고, 후대에 그 업적으로 추앙받았다. (절 입구 옆에 코끼리 동상이 있으며, 사원 안에 고승의 조각이 있다.)

다시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데, 계단 난간마다 무언가 적혀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아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공양을 한 것이라고 한다.우리나라 절에서 신도들이 기와를 공양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계단의 모양 하나도 그냥 지어진 것이 없다. 큰 뱀의 머리로 장식된 계단은 태국의 거의 모든 절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절을 수호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큰 뱀은 승려가 되고 싶었으나 인간 외에는 불제자가 될 수 없다는 계율에 의해 그 꿈이 좌절되었다.

 

 


여행과 전통의 상호작용
 

태국 소수민족들의 전통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한 개인에 의해서도 이루어지기도 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간 ‘Chiangmaip Culture Center’는 태국 북부의 전통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동시에 소수 민족들의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소수민족 한 가족을 통째로 고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은 이곳에서 공연을 하며 부족의 전통 수공예품을 팔아
이익을 남긴다. 이 지역의 학생들에게도 그들의 춤, 음악 등을 교육시킨다. 이 식당의 주인은 그들에게 주거할 곳을 제공하고 자식들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지원한다.

그러나 식당에서 공연장으로 가는 길목에 줄지어 있는 수공예품 판매대의 행렬이 긍정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공연이라는 형태로 전통이 계승되기는 하나, 그들의 마을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은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도 문명화된 도시인이 되어가는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닐까.



외국인만을 위한 거대 규모 쇼핑몰, ‘나이트 바자르’

 

태국의 다양한 형태의 시장을 체험하는 일정의 첫 번째 코스로 우리는 ‘나이트 바자르’에 갔다. 막 도착한 순간 보이는 패스트푸드점과 각종 판매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의 화려함이 우리나라의 여느 번화가처럼 보였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무언가 다르다. 물건을 사고 있는 사람들을 찬찬히 보다보면 상당한 수의 외국인이 보인다. 조금 더 찬찬히 살펴보면 사실 이곳을 찾는 거의 모든 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곳은 관광객들을 위해 기념품(태국 고유의 예술품과 수공예품)을 주로 파는 상설 야시장이다. 반대로 보면, 태국의 기념품을 구매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수요가 이런 시장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여행 온 이들이 어느 곳으로 발길을 향하고, 무엇을 찾느냐에 따라 그 지역에 큰 시장이 생기기도 한다.

 


오리엔테이션 때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태국에는 수많은 문화가 있는데, 관광객들이 한 곳만 지속적으로 가다보니 산업 구조가 내수경제가 돌아가지 않아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경제가 무너지는 식으로 기이하게 변형이 되고 있다”

우리의 여행은 과연 태국에 무엇을 남겨 놓게 될까?



밴드 공연장 옆에 이루어진 유쾌한 대화

 

술집 'Liverside'는 글자 그대로 치앙마이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클럽을 겸하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밴드의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기분 좋게 들려온다.

 

 

무대를 지나 야외 테라스로 나서자 강물이 흐르는 넓은 경치에 조금은 시끄러웠던 소리도 귀를 간질거리게 만들 정도로만 줄어든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자연스레 현지 친구들과 대화가 오간다. 어설픈 영어 실력이지만 열심히 그들과 우리 참가자들 간에 대화를 통역했다.

치앙마이 YMCA 직원이자 우리 여행의 스텝을 담당한 요와 똔(Phongnarin Suwanma)은 태국에서도 NGO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라 생각이 깨어 있는 축에 속한다. 우리는 태국과 한국 모두 시민단체나 NGO에 새로운 세대들의 유입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했다.

요는 “젊은 친구들의 머리에 게임 밖에 없다”며 걱정하는 말을 했다(이렇게 말하는 요도 아직 29살 이다).
그러나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금홍섭 사무처장은 자신이 가본 영국과 일본 등의 NGO 활동가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인 사람들이었다며 20~40대의 연령대인 우리는 젊은 편이라는 얘기로 요를 위로했다.

 

우리는 몇시간 동안 각자의 시민사회 조직 활동에 대한 궁금증과 이 섹터에서 일하면서 드는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었다. 태국이든 한국이든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최고 지향점인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로 돌아갈 때, 오토바이를 개조한 현지 대중교통 수단인 ‘뚜둑’을 탔다. 얼굴을 때리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유난히 많은 오토바이들을 감상하고 있는데 사건이 생겼다. 호텔에 도착해서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부재중 전화가 열 개는 넘게 찍혀 있었다. 나이트 바자르와 맥주집 팀이 둘로 나뉘는 바람에 같이 만나서 호텔로 돌아오기로 정했는데, 서로 연락이 된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다른 팀이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모두 안절부절했다. 자그마치 40분이나 그것도 타지에서 그들을 기다리게 했으니 말이다.
결국 온 이들에게 핀잔을 들으며 첫 날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즐거웠던 하루였다. 내일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