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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향기로운 항구를 가진 도시, 홍콩을 만나다.

  • 공감만세
  •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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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항구를 가진 도시, 홍콩을 만나다.

장유아이쿱생협 우수조합 활동가 공정여행 홍콩 & 마카오

 

글 이형주 (장유아이쿱생협)

 

향기로울 香, 항구 港 ‘향기로운 항구’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홍콩은 향나무와 귀한 향료를 실어 나르던 무역항이 있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아직도 세계 4위의 항구도시의 위엄을 자랑하고 쇼핑천국으로만 잘 알려져 있지만

공정여행프로그램을 통해 숨겨진 홍콩만의 삶의 향기를 느끼고자 3박 5일의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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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정여행 1일차 – 완차이 지역

약 3시간 반의 비행 후 홍콩 공항에 도착해서 간단한 점심 후 셔틀버스를 타고 홍콩섬에 있는 완차이 지역으로 이동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컨테이너 물동량이 엄청난 항구를 뒤로하고 높은 마천루와 트램, 바쁘게 움직이는 이층버스를 마주하니 비로소 이곳이 홍콩임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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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홍콩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완차이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타이윤 스트리트마켓을 둘러보았다.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은 곳, 흡사 우리네 정겨운 시장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천히 걸으며 시장 한가운데서 장기를 두는 어르신도 만날 수 있었던 이곳에서 숙소에서 먹을 간단한 과일 등을 구입한 후 블루하우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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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차이 지역의 가장 특별한 명소라고 손꼽히는 ‘블루하우스’는 홍콩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준 문화재급 건물이다. 1920년대에 지어졌고 1970년 대 건물보수 시 칠할 페인트가 파란색밖에 남아있지 않았었기에 지금의 블루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층은 블루하우스의 역사를 소개하는 민간 생활관과 재활용품점 등이 운영되는 등 다양한 공간의 활용을 통해 역사적 가치 보존에 힘쓰고 있었으며 아직도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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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하우스를 둘러본 후 ‘지역 안에서의 소비, 친환경적인 소비’를 목적으로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그라운드 워크(토작방)를 방문하였다.

‘土作坊’ 이라는 간판처럼 땅에서 나는 것들을 이용해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수작업으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유기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실제로 매장 한 켠에서는 유기 농산물을 이용하여 사탕이나 강정 등을 만들고 있었고 회원들이 주문한 각각의 농산물들을 바구니에 담아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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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정여행 2일차 – 마카오

홍콩에서 페리를 타고 도착한 마카오는 홍콩과는 다른 느낌의 도시로 다가왔다.

높은 아파트에 둘러싸여 조금은 삭막한 느낌의 홍콩과는 달리 그리 높지 않은 아파트 층수와 초록 식물들이 제법 보이는 아파트 베란다를 보면서 걷는 거리가 참 여유롭게 느껴졌다.

또한 아시아의 작은 유럽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게 많은 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이라 뜨거운 햇살아래 걷는 게 전혀 힘들지 않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고 마카오를 지배했던 포르투갈의 문화적 특색이 그대로 남아있는 세인트 폴 성당과 세나도 광장의 이국적인 풍경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홍콩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타이파 주택 박물관에서는 포루투갈 식민지 시절인 20세기 초 주택의 모습과 함께 바로 앞, 드넓은 습지가 포함된 생태공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도심 속에서 찾은 보물과 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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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정여행 3일차 – 홍콩역사박물관 & JCCAC

홍콩에 오기 전 걱정거리 중 하나가 바로 ‘밥’ 이었다.

향이 강한 홍콩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일방적인 여행일정이 아닌 가이드와 소통하며 식사 메뉴와 일정 등을 여건이 허락되는 한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공정여행의 장점을 이용해 홍콩에 머무는 내내 맛있는 현지식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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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선사시대부터 현재의 홍콩 역사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홍콩역사박물관에 들러 홍콩의 역사에 흠뻑 취한 셋째 날, 다양한 유물뿐만 아니라 각 시대 별 소품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 곳이었다. 마치 오래된 홍콩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JCCAC 아트센터 역시 그 의미가 남다른 곳이었다.

홍콩 마사회가 공업단지 빌딩을 인수해 아티스트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하는 민관 거버넌스가 잘 구축된 곳으로 건물자체가 하나의 예술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공업단지와 예술인들이 한 건물에서 더불어 살면서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하는 공간에서 젊은 배우들의 연극도 짧게나마 관람하고 화려한 홍콩 야경을 바라보며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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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정여행 4일차 -가가아이쿱 & 레이디스 마켓

가가아이쿱 창립멤버 4인 중 한 명인 조성민교수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가가아이쿱은 아이쿱생협과 MOU를 체결해 자연드림물품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물품, 홍콩 일부지역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가가아이쿱, 도서관, 쉐어키친이 공간을 나눠 사용하고 있는 조금은 독특한 운영방식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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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적은 활동가와 조합원으로 운영하기 힘든 점이 더 많지만 홍콩 전 지역에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에 장유아이쿱 활동가들은 진심어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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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정여행을 통해 둘러본 홍콩은 전통을 지키면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곳이었다.

남들과 다른 삶의 방식을 살아가고 있는, 본인의 이익을 조금 뒤로 미루고 공익을 위해 활동에 힘쓰고 있는 아이쿱생협 활동가들과 같은 맥락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봄으로써 앞으로의 활동에 좋은 자양분이 된 듯하다.

또한 같은 뜻을 모아 항해의 돛을 올리고 힘찬 여정을 함께 해온 장유아이쿱생협의 활동가들과 앞으로의 ‘향기로운’ 시간을 약속할 수 있었기에 더 의미가 깊었다.

참,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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