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나꽈우끼우 아시아 평화 도서관 개관에 부쳐] 시골 마을에 굳이 도서관이 필요했을까?
  • 공감만세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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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여행장소
태국 치앙마이, 람빵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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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마을살이, 나꽈우끼우 여행학교
글_고두환 대표이사
 
 
나꽈우끼우 아시아 평화 도서관이 2013년 9월 초 개관이 됩니다. 초기 계획부터 진행, 그리고 개관까지 많은 일을 겪었던 나꽈우끼우 아시아 평화 도서관, 별 볼일 없던 시골 마을에 굳이 도서관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우리의 시골 모습과 닮았던, 나꽈우끼우
나꽈우끼우 마을은 태국 북부의 오래된 고도(古都) 람팡 주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람팡은 최근 팽창하는 치앙마이에서 벗어난 전 세계의 은퇴 이민자들과 장기 배낭여행객들이 몰리는 새로운 여행지 중 한 곳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느림의 미학, 자연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태국 북부에서 다소 복잡해진 치앙마이 대신 어느 정도의 도시 규모가 형성되어 있고, 무엇보다 치앙마이와 가까운 람팡이 뜨는 것은 당연한 일 이었습니다.
 
나꽈우끼우 마을은 람팡에 위치한 평범한 농촌 마을입니다. 산에 둘러쌓여 있는 람팡이지만, 상대적으로 너른 평야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인근 지역에서 자랑하는 곳입니다. 하늘과 대지가 맞닿은 마을은 밤이면 반딧불이 춤을 추고, 낮이면 작렬하는 태양 아래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람팡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당장 동네에는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하고, 물가가 수직곡선을 그리며 오르는 일이 생겼습니다. 태국 언론에서 쉬쉬하다가 요즘 들어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는 다국적 자본의 침탈 역시 요 몇 년 사이에 강력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일자리는 갈수록 사라지고, 정부의 정책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은행에서 땅을 담보로 농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고, 아이들 교육 문제만큼은 돈을 아낄 수 없던 농민들은 선택하지 말아야 할 빚을 선택했습니다. 대부분 땅은 이제 은행에서 관리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 해, 태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100만명을 훌쩍 넘습니다. 태국 북부에는 2~3만명이 넘는 한인들이 은퇴이민과 장기 배낭여행을 한다고 합니다. 공정여행 하는 사람 입장으로 우리에게 면죄부를 주기란 쉽지 않은 수치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태국 북부 시민단체와 국제기구들의 노력으로 희망을 본, 나꽈우끼우
다행히 나꽈우끼우 마을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그 중 지방 정부에서 일하던 ‘룽’ 씨는 예전에 함께 일했던 ‘낭’ 씨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더 이상 농민들이 땅을 빼앗기는 것도, 더 이상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무너져 가는 것도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낭’ 씨는 태국북부유기농농민회(NOSA: The Northern Organic Standard Association)의 사무처장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몇 몇 단체를 설득하여 이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하게 됩니다.
 
태국 북부의 여러 사람과 조직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맺고 공동으로 활동하는 태국북부개발재단(YNDF: The YMCA for Northern Development Foundation)과 유엔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 Development Programme)은 그녀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 설득을 했습니다. 
 
태국북부개발재단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서 현실을 알리고, 교육을 시키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학남장이라는 주민조직을 세우게 되지요. 
 
유엔개발계획은 태국북부유기농농민회와 유기농법, 대체에너지 등을 개발 및 보급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들에겐 상당 부분 땅이 자본에 잠식 당한 상태였고, 작은 면적에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농법이 절실했습니다. 사실 여러 단체가 들어와서 나꽈우끼우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토지의 환경오염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대체에너지의 경우 마을의 완전한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되게 됩니다. 결국 문명의 이기 역시 자본에 잠식당한 상태였고,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도 모두 빚을 얻어 한 집에 하나씩 놓이게 된 현실에 이내 직면한 나꽈우끼우 마을이었습니다. 집집 마다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를 이용하는 바이오 가스 탱크가 설치되어 가정용 연료를 충당하고, 몇 몇 건물과 논의 양수기 등에는 전력원을 태양열 판으로 공급 받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자금은 유엔개발계획에서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협동조합 행태의 학남장은 나꽈우끼우 마을에서 자리를 잡게 되고, 조합 이름으로 잃었던 토지를 다시금 조금씩 구매하여 유기농작지로 변모시키면서, 마을은 활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지역, 지구의 공정여행, 나꽈우끼우 마을을 만나다
사람과 지역, 지구의 지속가능한 구조를 고민하는 공감만세의 공정여행은 우연한 기회에 나꽈우끼우 마을을 만나게 됩니다. 애초부터 관계가 있었던 태국북부개발재단의 소개로 이 마을에서 공정여행을 진행하게 됩니다. 여행은 당연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홈스테이를 진행했고, 마을 살이를 주제로 함께 새벽에는 동네의 절과 시장에 가고, 유기농법을 짓고 대체에너지를 통해 마을의 자립 구조를 만드는 일을 자못 흥미로웠습니다. 순간순간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스킨쉽은 한정된 관계를 맺고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스물스물 변화를 겪게 만들어줬지요. 
 
마을 사람들은 공정여행을 진행하면서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아졌습니다.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한 자신의 마을에 이국의 청소년들이 와서 함께 더불어 살고, 배우고, 고맙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배운다는 것만큼, 감동하기 쉬운 일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얻은 소중한 수익으로 그들의 실험을 성공시킬 수 있는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공부하는 마을, 나꽈우끼우를 만들자
일단, 나꽈우끼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자신들이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뻔히 보이는 자본의 술수에 대항하지 못했고, 몇 몇 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본인들에겐 유기농법이나 대체에너지 등의 자립을 위한 기반들이 오지 않았을거란 생각 때문이었죠.
 
그들은 공부를 하는 마을을 만들기로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많은 책을 자유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공감만세는 이때 마을에서 덜컥 도서관 건립에 대한 약속을 하게 되고, 그 약속은 현실이 되기 시작합니다.
 
‘아시아 평화 도서관’
 
비록 제국주의의 날카로운 창을 피해 식민지를 겪진 못했지만 태국 역시 곳곳에서 제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지요. 아시아 전체가 제국주의, 전체주의, 그리고 현재는 자본주의의 독식과 탐욕에 힐난당하며 어려움을 겪는데, 이 도서관이 자성과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우리는 이곳을 아시아 평화 도서관(Asia Peace Library)이라 이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민간 차원의 활동과 교류가 큰 너울이 되어 아시아의 평화에 좋은 영감을 주길, 그리고 나꽈우끼우가 자본의 침탈에서 살아남아 지역의 자립과 자주, 그리고 자존의 좋은 씨앗이 되길 희망했습니다.
 
도서관 설립을 위한 단체들의 고군분투, 그리고 ‘까뚜아완 까미’의 활약
일단 지난 해, 태국북부개발재단은 한국관광공사의 사업을 공감만세와 수주 받아 태국 북부의 관광 자원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이 수익금을 고스란히 나꽈우끼우 도서관 설립에 투입하였습니다. 사실, 이들의 빠른 결정에 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동남아시아의 제 3섹터는 미래를 길게 내다볼 줄 알고, 작은 이익은 희생할 줄 아는 훌륭한 조직들이었습니다.
 
공감만세는 겨울 태국 공정여행의 수익 부분을 과감하게 포기하여, 학남장에 도서관 설립 기금이 최대한 많이 남을 수 있게 지원하였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은 도서관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태양열 발전 시설과 수도 정화 시설의 기술 이식 및 설치를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안정적 활용과 협력을 위해 우리는 여러 단체가 함께 실시하는 협약이 필요 했습니다.
 
2012년 11월 30일(금), 태국 북부 람팡 주 청에서는 공정여행을 통한 태국 북부의 마을만들기와 아시아 평화 도서관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MOU가 체결되었습니다.
 
- 람빵주 정부 
  (The office of Farmer’s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Fund Lampang)
- 메조대학교(School of Tourism Development Maejo University)
- 라차몽클라대학교(Rajamangala University of Technology Lanna Lampang)
- 태국북부개발재단 (The YMCA for Northern Development Foundation (YNDF))
- 태국북부유기농연구회 (The Northern Organic Standard Association (NOSA))
- 학남장 유기농 농민회(Hug Nam Jang the Organic Farmer Group)
- 공감만세 (Fair Travel Korea (FTK))
 
공감만세 – 태국 람팡주정부 및 산학연 6개 단체 양해각서 (MOU) 체결
살기 좋은 마을, 여행 가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협력 내용 목적
공정여행의 가치인 사람, 지역, 지구가 중심이 되는 공정여행 마을 조성을 목표.
마을주민들의 지속적인 생계 활동과 그들의 경력 개발을 위한 지식과 기술 제공.
마을 회관 및 마을도서관 건립 후 다양한 형태의 공정여행 사업 진행 
(청소년 여행학교, 청년 해외자원봉사, 중년 롱스테이, 은퇴이민 등)
 
‘능’ 여사의 별세와 좌충우돌 우여곡절
그러던 중, 나꽈우끼우 마을에는 슬픈 소식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발화점이 되었던 ‘룽’ 씨의 어머니이자 마을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능’ 여사가 암 질환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말이 쉬워 도서관이지, 마을 사람들은 도서관을 지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자금이 충분치 않으니 돌아가면서 나와서 도서관을 세우는 일을 하였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어떤 책을 구비할 것인지, 아이들을 제외한 어른들은 어떻게 여기서 학습하고 성장할 것인지 모두 쉬운 논의가 아니었습니다.
 
그 때, ‘능’ 여사는 항상 사람들에게 밥을 챙기고, 간식을 먹이며 잘 융합되어 올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었는데 결국 개관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오랫동안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2013년 9월, 드디어 개관하는 나꽈우끼우 도서관
2013년 9월, 드디어 나꽈우끼우 도서관은 개관하기로 했습니다. 그 때, 유엔개발계획을 비롯하여 MOU를 맺은 모든 단체들이 참석하여 개관을 기념한 워크샾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학남장에서는
 
1)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도서관을 구성하고, 어떤 책을 구입, 기부 받아 구성할 것인지
2)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도서관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할 것인지, (자체적으로)
3) 공정여행을 진행할 시 도서관을 어떻게 중점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에 대해 매일 같이 모여 합의하고 있으며, 도서 구입과 관련한 예산은 ‘까뚜아완 까미’ 후원금과 아름다운 가게에서 재활용품을 판매(장대 청소년 문화의 집 공정여행 동아리의 자원봉사)한 대금이 있습니다. 이 모든 윤곽은 9월 초 개관식과 함께 들어날 것입니다.
 
대략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나꽈우끼우 도서관은 ‘아시아 평화 도서관’이란 이름을 달고 세상의 빛을 보려 합니다. 그 이후 다시 한 번 자세한 소식을 다루고 실제 도서관이 생긴 후 마을에 변화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감히, 도서관이 마을의 활력을 넣는 중심지로 역할을 하며 태국 북부의 자립형 공동체의 새로운 역사를 쓸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리겠지만요.
 
그동안 후원해주시고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