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 당신에게 ‘공정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3탄)
글/사진_허민지 코디네이터
"공정여행은 거창하지 않다."
공정여행을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입니다. 어느새 거대자본에 점령되어 제 색깔을 잃어가는 제주의 모습을 인식한 순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을 알기도 전이었습니다.
푸른 제주를 좋아합니다. 푸른 나무와 적갈색 흙의 대조가 인상적인 비자림을 걷다보면 숲의 정령이라도 된 듯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름 햇살이 일렁이는 맑은 바닷물도, 파도가 부서지는 겨울바다도 아름답습니다. 서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낮은 집과 돌담이 만드는 이색적인 풍경은 해외여행이라도 온 것 같이 들뜨게 합니다. 제주의 매력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못 보던 프랜차이즈 매장, 테마파크, 대형 리조트 등이 생겨났습니다. 거대 자본이 유입된 결과죠. 이것들이 들어서면서 제가 좋아하던 식당이 문을 닫거나 매장 이전을 하고, 산책이나 드라이브를 할 때 바라보는 풍경이 변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주의 매력을 갉아먹는 곳들에 절대 내 돈을 쓰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제주 도민이 운영하는 민박에서 잠을 자고 도민의 음식을 먹고 도민이 즐기는 것들을 따라했습니다. 이것이 제 공정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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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을 공부하면서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엔 ‘공정’이라는 말 때문인지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여행의 형태라기보다는 일종의 ‘운동/캠페인’이라고 인식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결국 공정여행은 제가 추구하는 여행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본과 무분별한 관광객의 유입이 여행지와 주민에 피해를 입힌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일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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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 형성한 벽 같은 것이 허물어지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찾아보고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여행지에서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여보는 정도였죠. 그렇게 거창하고 대단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변화는 이런 작은 실천이 모여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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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만세에 입사한 후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거나 개인으로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공정여행 방식들을 알게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이푸가오주의 계단식논 밟기 같은 것들이죠.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고,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여행을 설계하는 것이 공감만세의 역할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곧 여행을 기획하고 여러분과 함께 여행할 제 역할이기도 하지요!
여러분과 함께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그때까지 여행자와 지역민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여행을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부담은 내려놓고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