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사회공헌] 준비한 대로 하지 않는 봉사, 인천공항공사 글로벌 봉사단 24기 라오스 사전답사기
  • 공감만세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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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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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글로벌 봉사단 24기 라오스 해외봉사

준비한 대로 하지 않는 봉사,

인천공항공사 글로벌 봉사단 24기 라오스 사전답사기
 

글/사진_이두희 선임
편집_김윤정 인턴

 

해외봉사를 준비하는 일의 절반은 현장에 가 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계획서에 적힌 문장은 언제나 반듯하지만, 그 문장이 가 닿아야 할 곳의 삶은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답사는 그 간극을 확인하러 가는 시간이다. 

인천공항공사 글로벌 봉사단 24기는 오는 11월 라오스 방비엥의 한 학교에서 일주일을 보낸다. 본행사에 앞서 지난 9월, 5박 6일 동안 비엔티안과 방비엥, 루앙프라방을 차례로 돌았다. 숙소와 길을 점검하는 일이 답사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다시 묻는 일이었다.
 

▲ 방비엥 소수민족학교 전경 (©공감만세)


더 멀리서도 찾아오는 아이들, 방비엥 소수민족학교

방비엥 소수민족학교에는 700명 가까운 학생이 다닌다. 정부의 학비 지원을 받는 학교여서, 마을에 학교가 없거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시골 아이들이 먼 길을 들어 이곳까지 온다. 그중 400명 가까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기숙사에서 지낸다. 그러니 이 학교의 시설은 수업을 하는 곳이기 전에, 아이들이 먹고 씻고 자는 생활의 공간이다. 답사 내내 이 사실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교장 선생님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가장 먼저 들은 말은 컴퓨터실에 대한 감사였다. 뒤이어 나온 이야기는 소박했다. 오래된 빔프로젝터, 잘 터지지 않는 인터넷, 낡은 축구골대, 비만 오면 잠기는 운동장. 새로운 무엇을 바란다기보다, 이미 있는 것이 제 몫을 하기를 바라는 목록에 가까웠다.

컴퓨터실로 쓸 교실은 행정동에 있었다. 학교를 지을 때부터 컴퓨터실 용도로 설계된 교실이라 전기 배선까지 갖춰져 있었지만, 정작 그 안에 놓인 컴퓨터들은 너무 오래되어 한 대도 켜지지 않았다. 이름만 컴퓨터실로 남아 있는 방이었던 셈이다. 10월 중순이면 한국에서 보낸 새 컴퓨터가 도착한다. 봉사단이 할 일은 그 방을 정리하고 컴퓨터를 놓아, 이름과 쓰임을 다시 맞춰 주는 일이다.
 

▲ 방비엥 소수민족학교 관계자 면담 및 컴퓨터실 모습(©공감만세)
 

가장 낮은 곳에서 다시 그린 설계

계획이 가장 크게 바뀐 곳은 화장실이었다. 우리는 양변기와 샤워기를 갖춘 시설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숙사의 샤워실은 하나같이 옷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공용 공간의 우물에서 물을 퍼 씻는, 오래 몸에 익은 방식이 따로 있었다.

문제는 우물이 너무 높다는 데 있었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물 한 바가지를 얻기 위해 매번 애를 써야 했다. 그래서 새 시설을 들이는 대신 우물의 높이를 낮추기로 했다. 낡고 좁은 칸은 손보고, 좌변기는 각 화장실에 하나씩만 두어 익히고 싶은 사람은 익힐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좋은 시설을 들여놓는 일과 잘 쓰이는 시설을 만드는 일은 같지 않다. 준비해 간 도면을 접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우물의 높이가 도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되던 그 순간이 이번 답사에서 가장 오래 남았다.
 

▲  화장실·샤워실과 우물 현황 (©공감만세)
 

선생님들을 움직인 믿음

굵직한 공사는 우리가 현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맡길 계획이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움직인 건 학교 선생님들이었다. 컴퓨터실을 어떻게 정리할지, 화장실 공사를 어느 자리부터 시작할지, 선생님들은 우리와 함께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의견을 냈다.

라오스에서는 교사의 처우가 넉넉하지 않아, 맡은 시간표 밖의 일에는 좀처럼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이 학교는 달랐다. 이유를 물으니 답은 한 사람으로 모아졌다. 태권도를 가르치며 여러 해를 이 학교에서 지낸 KOICA 단원이다. 그가 오랜 시간 쌓아 온 믿음이 선생님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 믿음이 먼저 일하고 있었던 셈이다.
 

▲ 봉사활동 관련 학교 측 협의 모습 (©공감만세)
 

▲ 학교 측과 단체 사진 (©공감만세)


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이어지는 길을 봉사단이 갈 순서 그대로 밟아 보았다. 숙소 방에 직접 들어가 보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을 함께 걸어 보고, 해가 진 뒤의 거리가 봉사단에게 안전할지 눈에 담았다. 사진 몇 장으로는 끝내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문화탐방 후보지도 하나씩 걸어서 둘러보았다. 라오스에 남은 불발탄 피해를 다루는 COPE센터, 꽝시폭포, 루앙프라방의 옛 절과 새벽 탁발까지. 봉사단이 일한 기억만 안고 돌아가지 않도록, 이 시간들도 이번 답사에서 함께 챙겨 두었다.
 

▲ 루앙프라방 문화탐방지 답사 모습 (©공감만세)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걱정보다 기대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컴퓨터실 빈 책상에 아이들이 앉아 있는 모습, 우물 앞에서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되는 아침, 선생님들과 봉사단이 나란히 서서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었다.

좋은 봉사는 준비한 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데서 완성되지 않고, 현장에서 본 것에 맞춰 준비한 것을 고쳐 쓰는 데서 완성된다. 그 고쳐 쓰기를 이미 시작한 우리는, 11월 1일 방비엥에서 이 학교와 함께 무엇을 만들어낼지 어느 때보다 기대하고 있다. 공감만세는 그 기대를 실현하는 자리에서, 학교가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봉사가 이어지도록 남은 준비를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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