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뿌볼 열풍으로 읽는
요즘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법
글/사진_황가람 전임
편집_황가람 전임
최근 한 달 사이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슬랑이’와 ‘왁뿌볼’의 거래액이 각각 774%, 500% 증가했습니다. 또 다른 플랫폼에서는 말랑이 거래액이 1년 전보다 1,128% 늘었죠. 어린이 완구 시장에서 벌어진 일처럼 보이지만, 이 유행을 이끄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2030세대입니다.
요즘 SNS에서는 알록달록한 공을 손으로 눌러 바삭하게 깨뜨리거나, 말랑한 장난감을 반복해서 주무르는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받고 있는 ‘왁뿌볼’은 왁스로 코팅된 표면을 누를 때 느껴지는 촉감과 부서지는 소리를 즐기는 완구입니다. 한 번 누르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어려운 일회성 제품인데도 사람들은 몇천 원을 내고 이를 깨뜨리며 짧은 해방감을 얻습니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왜 갑자기 장난감을 만지고 부수기 시작한 걸까요? 단순히 새로운 놀잇감이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왁뿌볼의 유행 속에는 복잡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즉각적인 위안을 얻으려는 오늘날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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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왁뿌볼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겉으로 보면 단순한 유행처럼 보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오늘날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은 머릿속으로 같은 걱정을 반복하는 '반추적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반면 왁뿌볼을 누르거나 말랑이를 주무르는 행동은 손끝의 감각에 집중하게 만들면서 복잡한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현실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휴식이 되는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방식과도 닿아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여행이나 쇼핑처럼 시간과 비용이 드는 활동이 대표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면, 지금은 몇천 원짜리 장난감이나 무료 앱처럼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방식이 선택받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작고 빠른 보상'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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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랑이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그렇다면 여행은 어떨까요.
사실 여행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여행이 유명한 관광지를 최대한 많이 방문하고, 새로운 볼거리와 먹거리를 빠짐없이 경험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자체를 여행의 목적으로 삼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숲길을 천천히 걷고,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여유롭게 머무는 여행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죠. 더 많은 경험을 쌓기보다 일상에서 쌓인 피로와 자극을 내려놓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여행 트렌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힐튼(Hilton)이 발표한 '2026 Trends Report'는 올해 여행의 키워드를 'Whycation'으로 제시하며, 어디로 떠나는지보다 왜 떠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Quietcation(조용한 휴가)', 'Hushpitality(조용함을 중시하는 환대)'와 같은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디지털 기기와 끊임없이 연결된 일상에서 벗어나 침묵과 휴식, 그리고 진정한 재충전을 추구하는 여행을 의미합니다. BBC Travel 역시 올해 여행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조용한 탈출(quiet escapes)'을 꼽으며, 화려한 관광보다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회복하는 여행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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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튼 와이케이션 관련 이미지 (©힐튼 2026 트렌드 홈페이지)
다만 여행은 끝이 있기 마련이죠. 여행이 일상으로부터 잠시 도망치는 데서 끝난다면, 우리의 일상은 챗바퀴 도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변함이 없을 겁니다. 진정한 쉼은 단순히 현실을 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고 다시 일상으로 나아갈 힘을 회복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공감만세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정여행과 지속가능관광, 명상과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행을 단순한 관광 소비가 아닌 회복의 경험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천천히 만나고, 그곳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은 여행자에게는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시간이 되고 지역에는 새로운 활력과 연결을 남깁니다.
손안의 작은 장난감에서부터 멀리 떠나는 여행까지,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비슷한지도 모릅니다. 더 강한 자극이나 더 많은 경험이 아니라, 잠시 멈춰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 말입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 여행 역시 얼마나 많이 보고 왔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충분히 쉬고, 어떤 마음으로 돌아왔는지를 묻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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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공감만세는 지역 문제 해결과 지역 활성화를 돕는 대안을 발굴 및 실행합니다. 지속가능관광, 고향사랑기부제 키워드로 국내외연수, 연구&컨설팅, 생활인구 증대 사업,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운영, 국제교류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합니다.
더불어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으로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관광 산업을 통한 인구 및 지역소멸 문제 해소 방안에 관한 활동도 이어 오고 있습니다.문의) 070-4351-6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