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최종발표회&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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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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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최종발표회 및 시상식
청년의 상상이 평화가 된다

 

글,사진_이정훈 선임연구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가 공동주최한 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의 최종발표회 및 시상식이, 202111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뜻있는 인사들의 환영 속에 개최되었다.

한국의 청년 스스로가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의제와 아이디어를 제시하자는 취지하에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동안 상상공모 551건으로 시작하여 78명의 남북 및 창업 전문가가 함께하는 오픈테이블과 컨설팅의 자리가 83회 개최되었다. 그리고 우수한 평가와 함께 창업 실현 가능성을 인정받은 6개 후보들이 이번 최종발표회에 등단하였다.

본 스케치 기사에서는 SNS용 이모티콘을 시작으로 남북공용수화집, 북한 음식 및 다과, 북한식 가양주, 남북한 평화교육을 위한 메타버스 환경 제안까지, 이들 6개 후보들이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그 의의를 인정받는 과정을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IT로 가까워지는 통일과 남북협력

금번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에 참가한 최종 후보들은 크게 3개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IT 분야에서는,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표상하는 귀여운 이미지의 이모티콘을 공개한 평화티콘, 메타버스(가상세계) 환경을 활용한 평화통일 협력센터를 구현하여 참여자들에게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메타바인드이 이름을 올렸다. 최종적으로 장려상(150만원)을 수상한 이들 두 팀은 IT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결합이 다양하게 시도되는 전 세계적인 추세를 한반도 평화사업 분야에 도입하려 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의의를 갖는다.

한반도와 한민족을 상징하는 두 호랑이 캐릭터, ‘한라백두를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한 이모티콘을 들고 나온 평화티콘팀의 정직한 대표는 일상 속에서 통일이 사라졌다라는 비판의식에서 프로젝트를 일으켰음을 주장하였다. 그는 주변 사람들만 봐도 취업, 학점, 스펙, 연애처럼 자기 피부에 와닿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평화나 통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라고 언급하였으며, 평화와 통일을 일상의 영역으로 회귀시키면서 청년층들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인식을 개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에 공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평화티콘팀이 사업 아이템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선택한 것도, 청년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 어플리케이션에 남북통일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동 사업체에서 출시할 예정인 한라백두이모티콘 시리즈는 남북의 분단 상황을 장거리 연애에 비유하면서, 통일과 일상의 내러티브를 조화시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평화티콘팀은 커플티콘’, ‘통일티콘’, ‘일상티콘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이모티콘 시리즈와 캐릭터 굿즈를 출시할 예정이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 6번째 후보자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메타바인드팀은, ‘메타버스 서울 TO 평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더욱 고도화된 IT기술로 남북한 평화교육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관련 업계의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에 도전했던 만큼, 이 팀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동안 팀내 전문 개발자 부재로 인한 시간의 소비, 국가보안법 관련 이슈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진통을 겪었다. 특히 이미현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당초에는 NHN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사용하여 평양을 구현하고자 했으나, 국가보안법 제7(찬양·고무)에 저촉될 수 있다는 플랫폼홀더 측의 우려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사업방향은 메타버스 세계 속의 평양이 아닌 평화통일협력센터를 구현하는 쪽으로 전환되었으며, 플랫폼 또한 제페토를 고집하지 않고 게임·가상공간 통합개발툴 유니티(Unity)를 활용한 자체 플랫폼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평화통일협력센터의 프로토타입을 실제로 시연하면서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미현 대표는 현직 교사와 학생들로부터도 피드백을 수집하며 완성도룰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했으며, 전반적 완성도를 높여서 교육부 지정 교육혁신지구 도덕과 교육 혁신교보재 시범 수업에 사업 결과물을 연계시킬 포부를 밝혔다.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통한 남북의 만남

한편 요식업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3개 팀이 참여하였으며, 최우수상 1(300만원)과 우수상 2(200만원)을 배출하는 등의 준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세 팀 모두 북한의 음식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증을 바탕으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점을 인정받았으며, 행사장에서 관계자들에게 제공한 샘플들 또한 우수한 풍미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인천 출신의 주평강 대표가 이끄는 하울림프로젝트는, ‘고난의 행군시절부터 북한의 장마당에서 유통되기 시작한 두부밥을 밀키트 형태로 상품화한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였다. 당초 그가 설정한 목표는 우리가 밥을 먹는 식탁에 북한 음식을 한번이라도 올려보자라는 간단한 문장에서부터 출발하였다. ‘하울림프로젝트는 두부밥의 조리방법을 인천 남동구 논현지구의 탈북민을 직접 찾아가 전수받았다.

사실 이 지역은 원래부터 하나원을 퇴소한 탈북민들 1천명 이상이 모여 살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실제로 북한요리 전문점을 개업한 사업자도 포함되어 있어 사업 아이템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번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주평강 대표는 한반도라는 한집에 살면서 서로 어떤 음식을 먹는지도 모르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는 데 문제를 느꼈다라는 설명과 함께, “음식을 통해 음식이 만들어진 지역에 대한 궁금증까지 생긴다는 점에서, 음식이 주는 호기심이 있다. 북한 음식도 그런 호기심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는 말로 사업의 포부를 밝혔다.

다과 문화를 즐기면서 평화로 함께 나아가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가치(gatchi)’10년지기 친구 사이이기도 한 김채은과 윤봄이 공동으로 결성한 사업체다. 남북한 일상문화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평화 다과상과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는 티 바(tea bar)를 지향하는 사업 아이템으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발표를 맡은 김채은 공동대표는 ()’에 주목하게 된 계기로, 차와 간식이 모든 긴장과 화해의 순간에 존재하는 관계의 이완제로 기능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오픈랩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로는 평양이라는 도시에 대한 관심 정치/이념적 접근과 프로파간다 미술의 반복에서 탈피한 일상차원의 접근과 재해석의 필요 절감 식음료 중심의 한반도 평화 공간의 개척 필요를 꼽고 있으며, 이들이 최종 목표로 티 바를 지향하는 것도 이에서 기인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영업장 조성을 위해 이들이 먼저 제시한 상품은 피스 타임 메이커라는 북한 테마의 다과상 키트다. 김채은 공동대표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티 코스를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청년 세대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면서 남북한 일상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라는 말로, 동 사업체가 어떠한 의의를 갖고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다가치가 지향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실천적인 평화로, 다가치가 만드는 일상적인 평화가 남북 간 평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이번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유일한 기존 사업자로 참가한 대전 대덕구의 으능정이브루어리, 국내 최초의 친환경 자원순환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단순한 주류 제조회사를 넘어 관광산업과 콘텐츠산업, 남북이 서로를 알아가는 노력에까지 폭넓은 관심을 두는 사업자다. 다만 이들이 북한식 가양주에 대해 갖는 관심은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측면을 함께 갖는다. 황주상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고문헌 등을 통한 자료 수집, 통일 전통주 제조업소인 '하나도가'의 조언 등을 토대로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전통문화의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 계승되는 문화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하면서, 민족유산을 보호, 전승하는 차원에서 북한식 가양주 레시피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통주를 개발하고 있음을 밝혔다.

개발 과정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주조법이 갖는 차이를 확인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북한은 칼슘, 마그네슘 등이 많은 경수(硬水, 센물)를 주로 쓰는 반면, 남한은 연수(軟水, 단물)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센물로 빚은 술은 단물로 빚은 것에 비해 맛이 세고 산도가 높다. 북한의 술이 남한의 것에 비해 강하다는 평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기인하며, 실제로 으능정이브루어리가 경수를 사용하여 빚은 가양주 시제품도 그에 걸맞게 짙은 향을 선보였다. 현재는 25도 이상의 도수를 지닌 시제품에 꽃과 꿀을 추가하는 단계까지 완성되어 있으며, 향후 해외진출을 비롯하여 탈북민 창업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통일 브랜드 구축, 수익금 일부를 탈북민 및 대북 관련 사업가들에게 재투자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공정경제에 기여할 방향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정확한 사업 비전 제시를 인정받아, ‘으능정이브루어리는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남겼다.

 

수화로 하나되는 남과 북

이번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대상(지원금 500만원)을 수상한 데프누리팀의 사업 아이템은 농인을 위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가칭 수어로 남북평화를 그리다였다. 북한의 주요 관광지를 남한의 한국수어로 설명하고, 회화를 북한의 조선손말로 보여주는 영상을 담은 QR코드가 삽입된, 수어로 된 여행 회화책을 제작 및 발간하자는 것이 이 팀의 컨셉이었다.

이 팀의 사업 아이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의 수어가 서로 얼마나 다른지 사전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맙습니다라는 의미로 왼손을 펴 아래쪽에 가로 방향으로 세운 뒤 그 위쪽 공간에 오른손을 올려 상하로 움직이는 한국 수어의 동작을, 북한에서는 도마에 올려놓은 김치를 써는 동작과 연계시켜 김치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한다. 특히 대구대학교의 이난희·최상배(2017)에 따르면 한국수어·조선손말의 상호 수형이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불과 15%, 양측의 농인(언어장애자)이 만날 때에는 각자 통역사를 동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국수어와 일본수어의 호환도가 60%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언어 동질성의 차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데프누리가 구상중인 여행 회화집은, 북한의 4특별시 9개도에 분포한 관광지를 4~5개의 챕터로 분류하였다. 각 챕터에서는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글말 내용과 남한 수어를 링크한 QR코드, 그리고 북한 회화와 이를 조선손말로 소개하는 영상을 링크한 QR코드와 조선손말 일러스트를 준비했다. ‘데프누리의 임서희 대표는 관광지를 남한 수어로 소개하는 이유는 농인 대부분이 사용하는 수어가 곧 모국어이기 때문이라며, “데프누리의 언어가 수어 중심이기 때문에 그림, 영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봤다라며 구성의 의도를 설명했다. 앞으로 이들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북한의 손말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며, 입말과 글말이 그 국가의 문화를 반영했듯 손말도 예외가 아님에 착안하여 북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하여 농인의 정보접근권 확장 북한에 대한 인식 개선 남북 여행 수어 관광통역사 일자리 창출과 같은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회화책의 ISBN 등록을 진행한 다음 크라우드 펀딩까지 신청할 계획이다.

청년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미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의 조명우 사무총장이 말했듯,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행사의 일차적 의미는 청년세대가 한반도 평화문제와 남북협력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최종발표회에 참여한 6개 후보들이 모두 시제품을 만들고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다는 것 또한, 청년들이 실질적 창업을 이루어내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자리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앞서의 세대에 비하여 통일과 남북 협력 문제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번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를 통하여, 이들 현안에 참여하여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다방면의 의미에서 큰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청년들 스스로도 깊이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